당뇨병을 이해한다는 것
“당뇨병이래요.”
지방의 작은 병원 진료실, 나무 프레임 창밖으로
초록빛 산맥이 흐르듯 펼쳐져 있고, 진료실엔 햇살
한 줄기가 따뜻하게 들어왔다. 손에는 조용히 떨리는
진단서가 쥐어져 있었고, 그 순간부터 세상은
조금 느려졌다.
그날 이후, 그는 밥을 고르기 시작했고, 수치를
기록했으며, 눈에 띄지 않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며 흔히 듣는
만성질환이라는 단어의 무게는, 막상 내게
찾아오면 일상 전체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당뇨병이란 무엇일까
당뇨병은 혈중 포도당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은 상태를 말한다.
인슐린이 충분히 생성되지 않거나, 생성되어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체내 당이 세포로 가지 못하고
혈액 속에 남는 상태다.
당뇨병의 분류
제1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거의 생성되지 않는다.
자가면역 반응으로 췌장이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소아나 청소년에게 발생하지만 성인도 예외는 아니다.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은 있으나 세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당이 혈중에 남는다.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는 여기에 해당한다.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 중 처음 나타나는 고혈당이다.
산모와 태아 건강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뇨병, 왜 생기는 걸까
제2형 당뇨병은 생활습관과 깊은 연관이 있다.
불규칙한 식사, 운동 부족, 비만,
과도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아시아인의 경우 인슐린 분비 능력이 낮아
같은 환경에서도 더 쉽게 당뇨에 걸릴 수 있다.
당뇨병의 주요 증상
많은 이들이 당뇨 초기 증상을 놓친다.
그러나 몇 가지 반복되는 증상은 경고의 신호다.
갈증이 심하고 물을 많이 마신다.
소변량이 많고 화장실을 자주 찾게 된다.
식욕은 늘었지만 체중은 줄어든다.
이유 없는 피로와 무기력감이 지속된다.
눈이 침침하고 시야가 흐릿해지는 느낌이 있다.
상처가 잘 낫지 않고 염증이 잘 생긴다.
손발이 저리고 찌릿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진단 기준은 어떻게 될까
공복 혈당이 126mg/dL 이상이면 당뇨병이다.
식후 2시간 혈당이 200mg/dL 이상이면 의심된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6.5퍼센트 이상이면 고혈당 상태다.
정상 수치에 가까워도 가족력이나 비만 등이 있다면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적이다.
당뇨병 환자의 식단 원칙
당뇨는 단순히 단 음식을 줄이는 병이 아니다.
어떤 음식을, 어떤 조합으로, 언제 먹는지가
혈당 관리의 핵심이다.
복합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가 중요하다.
흰쌀보다 현미, 보리, 귀리 등을 선택한다.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를 충분히 섭취한다.
식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단백질은 생선, 콩, 두부, 닭가슴살 등이 좋다.
단순당은 피하고 가공 식품 섭취를 줄인다.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습관으로 조절하기
운동은 당 조절의 핵심 요소다.
주당 150분 이상 걷기나 자전거 타기 같은
중강도 유산소 운동이 권장된다.
식후 30분 이내에 산책을 하면 혈당 상승을 줄일 수 있다.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인슐린 감수성이 개선된다.
스트레스는 혈당을 직접 높일 수 있다.
명상이나 깊은 호흡, 자연 속 산책 등이 도움 된다.
수면 부족은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킨다.
하루 6시간에서 8시간 정도의 숙면을 유지한다.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
식단과 운동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
약물이나 인슐린 주사가 필요할 수 있다.
경구 혈당강하제로는 메트포르민이 가장 많이 쓰인다.
GLP 일형 유사체는 식욕 조절 효과도 함께 있다.
제1형 당뇨병이나 고혈당이 지속되는 경우
인슐린 주사를 사용한다.
모든 약물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과 지시에 따라
복용해야 하며,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합병증의 위험
당뇨는 단순한 고혈당 상태가 아니다.
조용히 몸의 혈관을 파괴해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망막병증은 시력을 위협하고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장 손상은 결국 투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말초신경병증은 손발 저림, 통증, 감각 저하를 유발한다.
심장병과 뇌졸중의 위험도 증가한다.
족부 괴사는 상처가 곪아 절단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모든 합병증은 예방이 가능하며,
정기적인 검사와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나의 이야기로
한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 병은 말을 안 해.
조용히, 천천히, 살을 파고 들어.
그러니 내가 먼저 알아채줘야 해.
그는 매일 식사를 기록했고, 공복 혈당을 확인했다.
매일 저녁 이웃과 함께 걸었고,
아침마다 같은 시간에 식사를 준비했다.
그에게 당뇨는 병이 아니라, 삶의 리듬이었다.
병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병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 것이었다.
마무리하며
당뇨병은 충분히 조절 가능한 병이다.
처음엔 낯설고 어렵지만,
꾸준한 관리와 작은 실천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당신의 하루 한 끼,
당신의 짧은 걸음 하나,
그 모든 것이 건강을 위한 변화가 된다.
건강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지금 당신의 선택이다.